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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평민과 노비 계층의 일상생활

by k2gb3322 2025. 11. 27.

고구려 평민 노비의 삶 관련 이미지

고구려 사회는 왕과 귀족이 이끄는 지배층뿐 아니라, 토지를 일구고 물자를 생산하던 평민과 노비 계층이 함께 국가를 떠받치는 구조였다. 이들의 일상과 노동을 살피면 고구려 사회의 실제 모습이 보다 입체적으로 드러난다.

고구려의 힘은 결국 평민과 노비의 노동에서 나왔다

화려한 벽화와 장대한 전쟁 기록 속에서 고구려는 종종 귀족과 전사들의 국가로만 기억되지만, 실제로 국토를 일구고 물자를 생산하며 군사와 지배층을 뒷받침한 주체는 평민과 노비 계층이었다. 평민은 각 지역의 토지와 마을 단위를 기반으로 농사·수공업·운송을 담당했고, 전쟁 시에는 병사로 동원되어 국가 군사력의 상당 부분을 채웠다. 노비는 지배층의 가내 노동과 토지 경작을 담당하며 경제 기반을 유지하는 숨은 축이었다. 서론에서 먼저 짚어야 할 부분은, 이들이 단순히 ‘아래 계층’이 아니라 고구려 국가 시스템을 실제로 움직이게 만드는 실질적 생산 주체였다는 점이다. 문헌과 고분 출토 유물, 벽화 속 생활 장면을 통해 평민과 노비의 주거 형태·의복·식생활·노동 방식·세금과 부역 구조를 간접적으로 복원할 수 있다. 또한 이들의 삶은 지배층의 정책 변화, 전쟁 빈도, 기후와 수확 상황에 따라 크게 흔들렸고, 이는 곧 고구려 사회 안정성의 중요한 변수였다. 따라서 평민·노비 계층을 이해하는 일은 고구려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정치사’가 아니라,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생활사’로 다시 읽는 출발점이 된다.

농업·부역·군역으로 얽힌 평민과 노비의 구체적 일상

고구려 평민의 기본 생활은 농업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압록강·대동강 유역과 각 산간 계곡의 토지에서 기장·조·보리·콩 등 잡곡을 재배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벼농사도 이루어졌다. 평민들은 가족 단위로 토지를 경작하면서도 왕과 귀족에게 조세를 바쳐야 했고, 수시로 부역에 동원되어 성곽 축조·도로 정비·수로 공사 등에 참여했다. 전쟁이 잦았던 고구려 특성상 성곽 보수와 군사 시설 유지 역시 중요한 부역이었다. 또 평민 남성들은 일정 연령이 되면 군역을 부담해야 했고, 전시에는 국경 방어·원정군 구성에 포함되었다. 벽화 속 농경·운송 장면은 평민들이 소·말·수레를 활용해 곡물과 장작을 운반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는 이들이 단순 자급농이 아니라 국가 경제망에 편입된 존재였음을 말해준다. 반면 노비는 주로 왕실·귀족 가문의 가내 노동과 토지 경작에 투입되었다. 가사·수공업·목축·창고 관리 등 다양한 역할을 맡았고, 일부는 전쟁 포로로서 편입되기도 했다. 신분적으로는 자유를 제한받았지만, 실제 생활 수준은 주인 가문의 성격과 지역에 따라 차이가 컸다. 어떤 노비는 집안 살림을 관리하는 중간 관리자 역할을 하기도 했고, 능력에 따라 일정 권한을 부여받는 경우도 있었다. 다만 법적·관습적으로는 지배층의 재산으로 취급되었기 때문에 매매·상속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 평민과 노비 모두 세금·부역·군역의 부담 아래 놓여 있었고, 흉년·전쟁이 겹치면 생활은 쉽게 불안정해졌다. 그럼에도 이들의 노동이 있었기에 고구려는 광대한 영토를 유지할 수 있었고, 귀족과 왕실의 화려한 문화 또한 가능했다.

보이지 않는 다수의 삶이 고구려를 지탱했다

고구려의 위엄과 군사력은 결국 평민과 노비가 만들어 낸 곡식·물자·노동력 위에서만 성립할 수 있었다. 왕과 귀족이 국가를 대표하는 얼굴이었다면, 평민과 노비는 그 몸통과 다리에 해당하는 존재였다. 이들의 일상은 곧 고구려 사회의 실제 온도와 리듬을 보여준다. 전쟁과 토목 공사, 성곽 건설과 장거리 원정은 모두 이들이 감당한 노동과 희생 위에 쌓여 있었다. 따라서 고구려를 이해할 때, 왕과 장군의 이름만을 나열하는 역사에서 벗어나, 이름 없이 사라진 평민·노비의 삶을 함께 상상하고 복원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들의 주거·의복·식생활·노동·부역·군역을 따라가다 보면, 고구려는 더 이상 ‘영웅들의 국가’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의 일상이 켜켜이 쌓인 거대한 생활 공동체로 다가온다. 그런 의미에서 평민과 노비의 생활사는 고구려사를 다시 인간적인 얼굴로 되돌려주는 중요한 열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