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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스투파의 기원과 상징적 구조

by k2gb3322 2025. 10. 30.

불교 건축의 시작 관련 이미지

스투파(Stūpa)는 불교미술에서 가장 오래된 조형물로, 부처의 유골(사리)과 가르침을 상징하는 신앙의 중심 구조물이다. 단순한 무덤이 아니라 우주와 깨달음의 구조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건축물로, 불교의 철학과 예술이 처음으로 결합된 형태라 할 수 있다. 본 글에서는 인도 스투파의 기원, 구조적 특징, 그리고 상징적 의미를 통해 불교 건축미학의 근원을 탐구한다.

스투파의 탄생과 불교 건축의 시작

스투파는 본래 인도 전통에서 성인이나 왕의 유골을 안치하던 묘탑 형태에서 유래하였다. 그러나 불교의 탄생 이후, 부처의 열반과 사리 분배를 계기로 스투파는 신성한 신앙의 상징으로 재해석되었다. 초기 불교 공동체는 부처의 사리를 여덟 곳에 나누어 봉안하였고, 각지에서 스투파가 세워졌다. 이 구조물은 단순한 묘소가 아니라, 부처의 가르침과 깨달음을 기념하는 성스러운 공간이었다. 아쇼카 대왕(기원전 3세기)은 불교의 확산과 함께 수천 개의 스투파를 건립하여 국가적 신앙의 중심으로 삼았다. 이때부터 스투파는 불교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대표 건축물로 자리 잡았다. 스투파의 원형 구조는 우주와 생명의 순환을 나타내며, 그 중심축은 부처의 깨달음에 도달하는 길을 의미한다. 즉, 스투파는 단순히 위로 솟은 건축물이 아니라, 우주와 인간, 깨달음의 관계를 압축적으로 담아낸 상징적 조형물이었다.

 

스투파의 구조와 상징체계

스투파의 기본 형태는 반구형 돔(안다), 중앙의 첨탑(야스티), 그 위의 차양 구조(차트라), 사각 울타리(하르미카), 그리고 둘레길(프라다크시나파타)로 구성되어 있다. 반구형의 안다는 부처의 몸, 즉 진리를 담은 그릇을 상징하고, 첨탑은 깨달음의 상승을 의미한다. 차트라는 하늘의 세 영역—욕계·색계·무색계—를 나타내며, 하르미카는 신성한 공간의 경계를 구분한다. 스투파를 둘러싼 회랑은 신도들이 시계 방향으로 도는 예배 행위를 위한 공간으로, 수행자의 마음이 진리의 중심을 향해 순환하는 여정을 상징한다. 외벽에는 불교의 주요 사건, 자타카 설화, 공양자 행렬 등이 부조로 새겨져 신앙과 예술의 융합을 보여준다. 또한 스투파의 기단은 지면과 하늘을 잇는 우주적 축으로서, 부처의 깨달음이 인간 세계에 전달됨을 표현한다. 이처럼 스투파의 모든 요소는 불교 우주론과 수행 체계를 반영하며, 건축 자체가 불교의 철학적 구조를 시각화한 형태였다. 특히 산치 대탑(Sanchi Stupa)은 이러한 구조적 상징성을 가장 완전하게 구현한 예로, 인도 불교 건축의 원형으로 평가된다.

 

스투파의 미학과 불교 사상의 시각화

스투파는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불교의 세계관을 담은 입체적 경전이었다. 원형의 돔은 생명의 순환과 무상(無常)을, 수직의 첨탑은 깨달음의 상승을, 회랑의 순환은 수행자의 반복적 정진을 상징했다. 따라서 스투파는 보는 것만으로도 수행의 과정을 체험하게 하는 신앙의 공간이었다. 이후 스투파는 동아시아로 전파되어 탑(塔)의 형태로 변형되었으며, 중국의 목탑, 한국의 석탑, 일본의 다층탑으로 발전하였다. 이 과정에서 구조와 재료는 달라졌지만, ‘중심축을 통해 하늘과 땅, 인간과 부처가 연결된다’는 상징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인도 스투파는 불교 건축미학의 근원이자, 예술이 사상을 시각적으로 번역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위대한 조형유산이다. 그 반구형의 곡선 속에는 인간의 삶과 깨달음, 그리고 우주의 조화가 하나로 어우러진 불교적 미학의 정수가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