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리랑카 불교미술은 인도 아쇼카 대왕의 불교 전파 이후 남방 지역에서 발전한 독자적 신앙미술이다. 초기에는 인도 마우리아와 아마라바티 양식의 영향을 받았지만, 점차 남방 불교 특유의 단순하고 명상적인 조형미를 형성했다. 본 글에서는 스리랑카 불교미술의 전개 과정, 조각과 회화의 특징, 그리고 남방 불교의 정신이 예술로 구현된 방식을 살펴본다.
불교의 전래와 스리랑카 예술의 토착화
스리랑카에 불교가 전래된 것은 기원전 3세기, 아쇼카 대왕의 아들 마힌다(Mahinda)가 포교 사절로 파견된 때부터였다. 이후 불교는 국가적 신앙으로 자리 잡았고, 왕실은 사원과 스투파 건축을 통해 신앙과 예술을 결합시켰다. 가장 오래된 스투파인 아니라 다 푸라(Anuradhapura)의 루완웰리세야(Ruwanweliseya) 대탑은 인도 산치 대탑의 전통을 잇되, 보다 단순하고 순수한 형태로 재해석된 구조였다. 초기 스리랑카 미술은 인도 아마라바티 양식의 영향을 받아 섬세한 부조와 서사적 장면을 새겼으나, 시간이 흐르며 불필요한 장식을 줄이고 명상적 단순미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이러한 변화는 불교 교리의 ‘중도(中道)’와 ‘내면의 평정’이라는 철학이 예술적 형태로 구체화된 결과였다. 즉, 스리랑카 불교미술은 인도적 화려함을 탈피하고, 내면적 깨달음을 상징하는 단아한 조형언어로 나아간 것이다.
스리랑카 불교미술의 주요 특징과 조형미
스리랑카 불교미술은 조각, 회화, 건축에서 모두 ‘평정과 명상’의 미학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조각에서는 부처의 얼굴이 온화하고 감정이 절제된 표정을 띠며, 신체는 유려한 곡선으로 처리되어 인간적 따뜻함을 전달한다. 옷주름은 얇고 단순하게 표현되어 신체의 균형과 조화를 강조한다. 대표적인 예로, 아니라 다 푸라 시대의 석불과 폴론나루와(Polonnaruwa) 시기의 거대 입불·와불은 인간과 신성이 하나로 합일된 이상적 형상을 보여준다. 회화에서도 인물의 감정 표현보다 상징과 색의 조화를 중시했다. 담불라(Dambulla) 석굴사원의 벽화는 다양한 불교 설화와 부처의 생애를 담고 있으며, 붉은색과 황금색의 대비를 통해 자비와 깨달음의 경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또한 건축적으로는 스투파가 불교 사원의 중심 구조로 자리하며, 그 단순한 반구형 형태가 불교적 ‘무소유’와 ‘비움의 미학’을 상징했다. 이러한 단아함은 스리랑카 예술의 근본적 특징으로, 남방 불교의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규정지었다.
남방 불교의 정신과 미학적 유산
스리랑카 불교미술은 인도 불교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명상과 내면의 고요를 중심으로 한 독자적 미학을 완성했다. 이는 불교가 교리적 철학을 넘어 생활과 예술 속으로 뿌리내린 결과였다. 화려한 외형보다 절제된 선과 색, 그리고 고요한 표정을 통해 ‘무욕의 아름다움’을 구현한 스리랑카 미술은 남방 불교문화의 근본 정신을 드러낸다. 또한 이러한 양식은 미얀마·타이·캄보디아 등으로 확산되어 동남아 불교미술의 기반을 이루었다. 스리랑카의 석불과 벽화는 지금도 그 고요한 미소를 통해 인간 내면의 평화를 일깨우며, 불교미술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마음의 수행임을 보여준다. 남방 불교미술의 핵심은 화려함이 아닌 ‘조용한 위대함’이며, 그 미학은 오늘날까지도 인류가 추구해야 할 정신적 조화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