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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파간 사원군의 조형과 신앙 구조

by k2gb3322 2025. 11. 3.

불교 문화 발생지 동남아 관련 이미지

미얀마의 파간(Bagan) 사원 군은 동남아 불교미술의 절정을 보여주는 건축 집합체로, 불교의 우주관과 신앙체계를 공간적으로 구현한 세계적 유산이다. 11세기~13세기 버마 왕조 시기에 건립된 수천 개의 사원은 남방 불교의 교리와 미학, 그리고 지역적 예술 감성이 결합된 걸작이다. 본 글에서는 파간 사원 군의 건축적 특징과 조형미, 그리고 불교적 신앙 구조를 살펴본다.

파간 왕조와 불교문화의 황금기

파간은 미얀마 불교문화의 발상지이자 동남아 불교 건축의 중심지로 꼽힌다. 11세기 아노라타(Anawrahta) 왕이 상좌부 불교를 국교로 채택하면서, 왕실의 후원 아래 수많은 사원과 탑이 세워졌다. 당시 파간 평야에는 약 1만 개에 달하는 불교 사원이 건설되었으며, 그중 약 2천여 개가 현재까지 남아 있다. 파간의 사원은 단순한 종교 시설이 아니라, 불교의 교리와 수행체계를 건축적으로 형상화한 공간이었다. 사원의 중심에는 부처를 모신 불당(가루야)이 있으며, 그 주변에는 회랑과 탑이 둘러싸여 순환하는 동선 구조를 이루었다. 이러한 공간 구성은 불교의 세계관—윤회와 깨달음의 순환—을 상징하며, 신도는 사원을 도는 행위를 통해 스스로의 수행 과정을 체험했다. 파간의 건축가들은 벽돌과 석재를 이용하여 탑과 사원을 결합한 복합 구조를 만들었으며, 그 내부에는 벽화와 불상이 조화를 이루는 시각적 신앙공간을 창조했다.

 

파간 사원의 건축미와 불교적 공간 구성

파간 사원군의 가장 큰 특징은 대칭과 상승의 조화다. 대표적인 사원인 아난다(Ananda) 사원은 정사각형 평면에 네 개의 회랑을 배치하고, 중앙에는 사리탑을 형상화한 돔형 첨탑이 솟아 있다. 사원의 네 방향에는 각각 다른 부처의 상이 배치되어, 사방불(四方佛)의 교리를 상징한다. 내부 복도에는 불교 경전의 장면을 묘사한 벽화가 이어지며, 신도는 순례 동선을 따라 걸으며 부처의 생애를 시각적으로 경험한다. 조형적으로는 점층적 구조와 곡선의 결합이 돋보인다. 벽돌을 층층이 쌓아 올려 곡선형의 지붕을 만들고, 그 위에 날렵한 첨탑을 세움으로써 하늘로 향하는 상승감을 강조했다. 이는 인간이 수행을 통해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공간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또한 외벽에는 테라코타 부조와 연꽃무늬, 불교 경전의 상징이 새겨져 있어 신앙과 장식이 일체를 이루었다. 파간 사원의 건축은 단순히 기능적 공간이 아니라, 불교의 우주적 질서를 형상화한 ‘돌로 된 경전’이라 할 수 있다. 조각과 벽화, 빛과 그림자가 조화를 이루며, 건축 전체가 하나의 명상적 예술로 작동한다.

 

파간 사원군의 미학과 문화적 유산

파간 사원군은 불교의 철학, 예술, 건축이 융합된 복합적 유산으로서, 동남아 불교문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그 공간적 구조는 윤회와 깨달음의 개념을 담고 있으며, 인간과 신성, 현실과 초월의 경계를 연결한다. 파간의 예술가들은 벽돌과 빛, 색채와 공간을 통해 불교의 내면적 평화를 시각화하였고, 이는 오늘날에도 강력한 영적 울림을 전한다. 파간은 또한 남방 불교의 미학이 인도에서 동남아로 전이되는 과정을 증명하는 문화적 교량이었다. 아난다 사원, 타투비야 사원, 슈웨지 곤 파고다 등은 남방 불교의 조형 원리를 가장 완전하게 구현한 사례로 평가된다. 오늘날 파간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미얀마 불교의 정체성과 함께 인류 보편의 신앙미학을 상징하는 장소로 남아 있다. 파간 사원 군의 붉은 벽돌빛은 해 질 녘에도 변치 않는 고요함을 전하며, 불교미술이 궁극적으로 추구한 ‘영원한 평화’의 이미지를 현실 속에 구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