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투라(Mathura) 양식은 인도 불교조각의 핵심 전통으로, 인간의 생명력과 내면의 힘을 강조한 사실주의 조형미로 평가된다. 간다라의 그리스적 사실주의와 달리, 마투라 양식은 인도의 토착 감성을 바탕으로 불교의 이상적 인간상—깨달은 존재로서의 부처—를 형상화했다. 본 글에서는 마투라 불상의 조형적 특징과 미학, 그리고 그 사상적 기반을 살펴본다.
마투라 불상의 기원과 인도적 미학의 확립
마투라 지역은 인도 북부 갠지스 강 중류에 위치하며, 고대부터 예술과 종교의 중심지였다. 기원전 2세기경부터 쿠샨 왕조 시대에 이르기까지 불교미술이 크게 발전했고, 이 지역에서 제작된 불상은 인도 미학의 독자적 특징을 확립했다. 간다라 지역이 헬레니즘 영향을 받아 사실적 인체 비례와 옷주름을 강조한 반면, 마투라 불상은 인도의 전통적 조각 어법—부드러운 곡선, 생명력 있는 자세, 이상화된 표정—을 계승했다. 초기 마투라 불상은 붉은 사암을 재료로 사용했으며, 그 질감은 따뜻하고 자연스러웠다. 부처의 얼굴은 넓고 눈썹은 완만하게 이어져 온화함을 주었으며, 미소는 인간적 평정과 초월적 자비를 함께 표현했다. 이는 불교가 단순한 신앙을 넘어 인간 본연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철학이라는 점을 조형적으로 보여준다. 마투라 불상은 ‘부처는 인간 안의 신성’이라는 사상을 예술로 번역한 인도적 미학의 결정체였다.
마투라 양식의 조형미와 불교 사상의 시각화
마투라 불상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인체의 생명감과 자연스러운 균형미이다. 신체는 힘이 느껴지는 탄력적 비례로 묘사되며, 가슴은 넓고 어깨는 당당하며 허리는 부드럽게 굴곡진 형태를 보인다. 옷은 얇은 천이 몸에 밀착된 듯 표현되어, 마치 피부 위에 흐르는 공기의 움직임을 시각화한 듯하다. 이러한 표현은 ‘육체 속의 정신’을 강조한 인도적 사실주의의 특징이다. 얼굴은 감정의 과잉 없이 고요하고 평정한 표정을 띠며, 눈은 반쯤 감겨 명상의 상태를 나타낸다. 손은 시무외인이나 항마촉지인 등 교리적 의미를 지닌 수인(手印)으로 조각되며, 그 제스처 하나하나가 불교 교리의 핵심을 상징한다. 머리 위의 육계(肉髻)는 지혜의 상징이며, 몸 주위의 광배는 깨달음의 빛을 나타낸다. 마투라 불상은 간다라의 외형적 사실주의와 달리, 내면의 생명력과 인간적 따뜻함을 강조했다. 그 결과, 불상은 신격화된 신이 아니라, 수행과 자비를 통해 완성된 ‘이상적 인간’으로 표현되었다. 이는 불교가 추구한 깨달음의 철학—모든 인간에게 불성이 존재한다—를 조형적으로 시각화한 것이다.
인간미와 이상미가 결합된 불교미술의 정수
마투라 양식 불상은 인도 불교미술의 인본주의적 전환점을 상징한다. 이 양식은 인간의 신체와 정신, 세속과 초월의 경계를 조화시킴으로써 불교 예술의 철학적 심화를 이끌었다. 부처의 얼굴은 신비보다는 평정, 위엄보다는 자비를 담고 있으며, 이는 인도 미학의 핵심 가치인 ‘라마(평온함)’과 ‘사트바(순수함)’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마투라 불상은 이후 동남아시아와 동아시아 불교미술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그 온화한 미소와 인간적 품격은 한국·중국·일본 불상의 원형적 이미지로 계승되었다. 인도 불교미술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신의 형상에 있지 않고, 인간 안에 깃든 신성함을 표현하는 데 있다. 마투라 양식은 바로 그 진리를 돌 속에 새겨 넣은 예술이었다. 그것은 “깨달음은 먼 곳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있다”는 불교의 메시지를 가장 인간적인 언어로 전한 조형적 선언이었다.